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사과할 용기와 받는 아량에 대해서
    초보교사이야기 2019. 12. 5. 08:07

    수요일은 학생도, 교사도 모두 좋아하는 날이다. 수업이 4교시밖에 없고 잔반없는 날로 급식이 맛있는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주 수요일은 4반 모두 영어 시험을 보는 날이라 아주 무난하고 편한 날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거기에 컨디션까지 너무 좋았고, 기분도 그냥 좋은 날이었다. 그러나 말이 씨가 된다고 했던가, 1교시에 학생들에게 시험이 하나가 아니라 두개를 봐야한다고 안내를 하면서, "인생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재밌는거 아니겠니"라고 말한게 원인이 된건지, 2교시와 3교시 모두 학생들끼리 다툼이 있었고, 4명의 학생이 울었다. 두명은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억울해서 울었고, 두명은 혼나면서 나때문에 울었다. 결국 퇴근할때쯤 기분은 정말, 최악이었다. 그래도 힘든만큼 배우고 보람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오늘은 학생들끼리의 싸움을 중재하고 정리하면서 배운 것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싸운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필수적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어떤 의도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양쪽의 이야기를 듣고, 사실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한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해야 어느 한쪽을 억울하게 혼내거나 편을 들지 않게 된다. 그 다움 논리적으로 이야기의 흐름을 끌어가야한다. 이때 학생들이 많이 우는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서 그런건지, 자신의 잘못을 후회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단순히 짜증나는데 반박을 못해서 우는건지는 각자 다르겠지만, 대부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한다. . 가끔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들을 개진하는 경우도 있긴한데, 진지하게 들으면서 논리적 허점을 찾아 반박하면 결국은 본인이 할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게 된다. 초등학생들은 아무리 6학년이어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꽤 감정적이고, 교사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질문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잘못을 한 학생에게 절대 사과하라고 하지 않는다. 학생 때 시켜서하는 사과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또 어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키는지 많이 봤기 때문이다. 진심이 없는 사과는 사과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화만 나고 억울함만 더 키울뿐이다. 거기에 교사에 대한 불신과 반감까지도 키울 수 있어 교실 붕괴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대신에 잘못한 학생에게 사과할 기회를 준다. 학생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후에, "너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친구에게 사과할 마음이 있다면 지금 사과하는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과할 마음이 없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 솔직하게 말해보렴"정도로 운을 띄워주면 대부분 망설이지만 어떻게든 사과를 한다. 또 받아주는 친구에게도 "너가 받아줄 마음이 없다면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정말 친구를 용서할 마음이 든다면 그때 용서해도 된다."정도로 말하면 또 어색하게 사과를 받아준다. 이 어색한 상황을 정리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문제 상황이 깔끔하게 상황이 마무리가 되면 그때 감정적으로 다독여주고, 용서를 구한 친구와 받아준 친구 모두에게 진심으로 칭찬과 격려를 해서 분위기를 추스려야한다. 그 후에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한번 더 사과하고 용서하게끔 해서 반 친구 모두가 상황이 잘 마무리 되었음을 알도록 한다. 그래야 꺼진 연기에 다시 불붙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반 전체에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하고, 실수와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음을 말해주었다. 선생님 조차도 많은 잘못과 실수를 했었다고. 그러나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부끄러워하고 사과할 용기를 가지는것은 어려운 것임을, 다른 사람의 잘못과 실수를 용서하고 안아줄 수 있는 아량을 가지는 것 또한 어렵지만 대단한 것임을 알았으면, 두 친구 모두 인격적이고 대단한 친구이고, 여러분들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사실 그렇지 않은가,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을 한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정당화하지 않고 인정하여 진심으로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 타인의 잘못을 용서하는 것은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교사는 학생에게 지식만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다. 또 학교는 학생이 선생님한테만 배우는 공간이 아니다. 즉, 학교라는 공간에서 학생은 수업시간 외에도 쉬는시간, 점심시간, 등하교 시간 등의 연속적인 시간 속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여러 가치를 배우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고, 교사도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특히 초등학교 교사는 이러한 특성을 더욱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흘러갈 수 있는 일상속에서 교육적 가치를 잡아내어 학생들에게 소개하고 이야기해주는 것. 그것 또한 교사가 지녀야 할 전문성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Designed by Tistory.